언어를 배울 때 사용되는 우리의 뇌
머리가 아프도록 공부하는데 왜 써먹질 못할까요?
한국어는 공부 같은 것 안 해도 술술 나오는데, 왜 영어는 머리를 쥐어짜내도 더듬더듬 나오는 건지……. 잘못된 방식으로 공부해온게 아닐까요?
[youtube https://www.youtube.com/watch?v=rBUw4Ju9shY]
비밀은 뇌에 있습니다.
우리가 말을 할 때는 기억에서 어휘들을 불러와 규칙에 맞게 문장으로 만드는 작업을 하게 됩니다. 근데 재밌는 사실은 어휘들을 기억하는 뇌부위와 문장규칙을 기억하는 뇌부위가 분리가 되어 있다는 사실이죠. 이를 서술기억(어휘)과 비서술기억(문법)으로 칭하고 있습니다.
- 서술기억: 뇌의 바깥 부분. 의도적 기억이나 암기 등 ex. 어휘, 내 전화번호, 오늘 있었던 일 등
- 비서술기억: 뇌의 안쪽 부분. 몸에 자연스럽게 익혀지는 것들 ex. 걷기, 자전거 타기, 수영, 모국어 문법 등
우리가 한국어를 할 때는 서술기억과 비서술기억이 모두 활성화됩니다. 비서술기억은 무의식적으로 빠르게 꺼내어지는 반면, 서술기억은 불러낼 때 시간이 좀 걸려요. 모국어를 할 때 우리는 뇌의 바깥 쪽과 안 쪽을 바삐 번갈아가며 사용하고 있는 거죠.
하지만 영어는요? 안타깝게도 우리는 영어를 어휘 뿐 아니라 문법까지 ‘암기’해서 배워요. 즉, 영어는 서술기억으로만 저장되는 거죠.
예를 “He loves her.”이라고 말을 할 때 원어민은 ‘he’라고 말하는 순간 무의식적으로 ‘love’가 아니라 ‘loves’라고 말해요. 마치 자전거 핸들을 왼쪽으로 꺾을 때 무의식적으로 균형을 잡는 것처럼, 비서술기억이 즉각 반응하거든요.
반면 영어회화 초보자는 ‘he’라고 말한 뒤 서술기억에서 ‘주어가 3인칭 단수이며 현재시제일 때 동사 뒤에 s를 붙여라’는 문법 지식을 떠올린 뒤에야 ‘love’가 아닌 ‘loves’라고 말을 할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영어회화 초보자는 영어를 더듬더듬 할 수 밖에 없는 거고요. 서술기억에서 문장규칙을 꺼내 오다보니 속도가 늦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테니스를 책으로 배우는 사람은 없잖아요?
우리는 그간 영단어와 영문법을 열심히 암기하며 서술기억을 채워왔는데요, 그에 비하면 비서술기억은 부실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럼 한국인이 유독 약한 이 비서술기억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볼까요?
비서술기억은 문장규칙의 기억을 저장해두는 곳이기도 하지만, 걷거나 자전거를 탈 때의 몸의 움직임을 조정하고, 균형을 잡는 역할 또한 수행하는데요.
테니스를 예를 들어보죠. 처음 테니스 레슨을 받게 되면 코치님이 ‘그립은 이렇게 잡으세요’, ‘포워드는 자세1, 2, 마무리는 이렇게…’ 하고 알려주시잖아요. 그걸로 테니스 레슨 끝? 아니죠. 막상 공이 날아오면 머리속으로 동작 하나 하나를 기억해내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 중에 발이 나가고 팔을 뻗게 되는 거잖아요.
무엇보다 책을 보면서 테니스를 배우진 않잖아요? 테니스 실력을 높이려면 테니스 코트에 나가서 다른 방향, 다른 속도로 날아오는 공을 직접 쳐보고 감을 익히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 모두 동의하실 거예요.
이론보다는 실전!
쪽집게 과외보다는 연습량!
영어도 마찬가지에요
가만히 듣기만 하는 인강이나 학원수업만으로 영어를 배우겠다는 것은, 운동을 책으로만 배우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어요.
서서술기억으로 집어 넣은 문법지식을 활용해 직접 말하고 써보는 연습을 거쳐야만 말문이 트이는 거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는 건 많은데 도저히 입 밖으로 나오질 않게 되는 거예요. 그러고 보니 Lesson #1에서 역설했던 ‘아는 만큼 말하는 것’의 비밀이 바로 여기 있었군요!
유명한 영어학원의 광고카피에서 “단어 연결만 잘 되면 왕왕초보라도 영어 진짜 잘 할 수 있어요”라고 말하는데요… 맞습니다. 왕왕초보라도 영어 진짜 잘 할 수 있지만,
아무리 좋은 인강을 듣고,
비싼 쪽집게 과외를 받고,
사전을 달달 외운다고 하더라도
충분한 실전 연습없이는 영어 진짜 잘 하는 것은 불가능해요.
영어회화는 공부가 아니라 연습을 해야…
서술기억을 비서술기억으로 바꾸려면 말이죠.
원어민처럼 영어를 하려면, 뇌부터 바꿔야 합니다. 한국의 교육열이라면 서술기억이 문제가 되진 않을 거예요. 문제는 비서술 기억!
영어회화는 ‘연습’하는 것이지, ‘공부’하는 과목이 아니에요.
테니스, 수영, 자전거타기를 연습하듯이 연습, 그리고 또 연습!
연습은 둘째치고, 단어부터가 잘 생각이 안 난다구요?
걱정마세요 😉 다음 레슨에서는 좀 더 희망적인 내용을 들려 드릴게요!
Lesson #2 Takeaways
- 영어는 서술기억과 비서술기억을 모두 사용해야
- 그런데 우리는 영어를 서술기억으로만 학습해서 문제!
- 문장규칙은 연습을 통해서만 실력이 느니까
- 인강, 책은 덮어두고 연습을 하자!